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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벗겨진 덕에" 일본 프로복서 인생역전 화제

"가발 벗겨진 덕에" 일본 프로복서 인생역전 화제



복서 고구치 마사유키
복서 고구치 마사유키(30)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레게 머리를 흔들며 경기장에 들어왔다. 링에 오른 고구치가 경기에 앞서 가발을 벗자 관중의 웃음과 환호가 터졌다. 3일 일본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수퍼페더급 논타이틀 매치. ‘가발 복서’ 고구치는 엔도 도모야(34)를 5회 TKO로 물리치고 최근 9연승을 달렸다. 통산전적은 16승(6KO)2무4패.

복서 고구치는 가발 때문에 남다른 복싱인생을 살았고 마침내 일본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가발 때문에 울다가 가발 때문에 웃었다’. 머리숱이 별로 없는 그는 젊은 날부터 가발을 썼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프로복서의 꿈을 키워가던 고구치는 2005년 12월 31일 일생일대의 망신을 당했다. 은퇴하는 체육관 선배의 오프닝 매치에 나섰다가 경기 도중 가발이 벗겨졌고, 이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된 것. 창피를 당한 것은 물론, 몸에 이물질 부착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복싱 선수로 활동한다는 게 알려져 ‘부업’을 강력히 금지하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러나 불운은 곧 행운으로 뒤집어졌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가발 회사와 발모제 업체로부터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발모제 광고를 찍은 고구치는 진짜 머리카락이 돋았고, 업체 사장은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아파트를 선물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복싱에만 전념하다 보니 성적도 올라가 일본 수퍼페더급 랭킹 12위까지 올랐고, 상대방에게 가발을 씌우고 경기를 하는 ‘가발 데스매치’라는 이벤트도 만들었다.

유명인사가 된 고구치는 얼마 전 미인대회 출신의 여자 친구까지 공개했다. 고구치는 “이제 챔피언이 되는 일만 남았다. 결혼은 챔피언벨트를 차지한 뒤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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